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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제주도 한달살이 후기

coor 2026. 6. 12. 22:26

 

 

 

5월 딱 한달. 제주도에서 한달동안 살아보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그 안에서 느꼈던 순간들과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왜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게 됐는지


한 달 살이의 시작은 여자친구의 교생 실습이었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한 달 동안 교생 실습을 해야 했는데, 서울에서도 할 수 있었지만 여자친구의 로망이었던 “조금 더 특별하게, 제주도에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제주 한 달 살이가 시작됐다.


나 역시 마침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던 시기였고, 제주도에서의 생활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서 지내보는 경험 자체가 꽤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 한 달 살이를 5월에 계획하면서, 그 전에 프리랜서 계약 종료 시점을 맞춰두었다. 생활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있었지만,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한 상황이라 현실적인 부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제주에서 한 달 정도 지내보는 선택을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맞물리면서, 제주 한 달 살이를 하게 됐다.

 

 

 

 

 

2. 준비 과정 🕐 


[ 숙소 ]

숙소는 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알아봤고, 중간중간 네이버에서 제주도 한달살이 후기를 찾아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숙소를 선택했는지도 참고했다. 우리가 숙소를 고를 때 중요하게 봤던 기준은 크게 세 가지였다. 금액, 자연 환경, 그리고 편안한 인테리어.


처음에는 200~300만원대 숙소도 많이 봤는데, 확실히 컨디션은 좋았지만 한 달 기준으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타협 가능한 선을 찾다 보니 최종적으로는 150만원대 숙소 위주로 알아보게 됐다.

그렇게 선택한 곳은 제주 한림에 위치한 ‘제주돌집 소락’이라는 숙소였다. 제주 특유의 돌집 감성과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한 달을 보내기에 적합하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지내보니 관광지의 번잡함보다는 조용히 ‘살아보는 느낌’에 더 가까운 선택이었다.


이런 집에 살아보니 장단점이 확실했다. 자연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긴 했지만, 벌레가 너무 많았다. 이틀에 한 번꼴로 집 안에 벌레가 있었고, 한 번은 지네를 발로 밟아서 물린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따끔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고통이 점점 심해지면서 마비가 오는 느낌까지 들었다. 처음엔 “오오..?” 했다가, 이내 “아악... 하앍...” 생각보다 훨씬 아파서 꽤 놀랐다. 마치 벌에 쏘이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벌레가 너무 많아서, 다음에는 완전한 자연 속보다는 적당히 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느꼈다ㅋㅋ



 

 



[ 교통 ]

제주도 한달살이를 준비하면서 교통은 렌트 vs 대중교통 vs 자차 세 가지를 두고 고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렌트를 선택했다. 대중교통은 이동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았고, 자차를 배로 가져가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시간과 번거로움을 생각했을 때 현실적인 선택은 렌트였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SK렌터카, 롯데렌터카, 쏘카 같은 대형 렌터카 업체들은 한 달 기준으로 250만원 이상이어서 부담이 컸다. 그래서 최대한 저렴한 방법을 찾다가 평소 이용했던 제주엔젤카를 선택하게 됐다. 이곳은 한 달 단위 예약은 불가능해서 최대 2주씩 나눠 예약해야 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하기 위해서 나는 한 달 전부터 계속 가격을 비교하면서 가장 저렴한 타이밍을 찾았다. 한달동안 찾는 저렴한 알고리즘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예약일이 임박할수록 가격이 내려감 !
  • 대신 차량이 없을 수도 있어서 눈치싸움 필수 !
  • 주말(금~일)은 가격이 확 올라감 !
  • 14일보다 7~10일 단위 예약이 더 저렴한 경우 많음 !
  • 30분~1시간 단위로 가격이 달라져서 계속 검색 필요 !

 

위 내용 기준으로 예약해서 렌트비 110만원 (하루 약 3.5만원 수준) + 기름값: 30만원으로 총 140만 비용이 들었다. 기름값이 특히 많이 나왔는데, 당시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올라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였던 영향도 있었다ㅠㅠ (제주 기름 너무 비쌈...)



 

 

 

 

 

3. 하루 루틴 🗂


평일에는 최대한 일정한 루틴을 유지하려고 했다.

  • 07:30 기상 후 여자친구 학교 데려다주기
  • 08:30 한림/협재 카페에서 책 읽기 또는 코딩 강의 보기
  • 13:00 숙소 복귀 후 점심 식사
  • 14:00 집안일 + 휴식
  • 16:10 학교 픽업
  • 18:00 저녁 식사
  • 19:00 ~ 22:00 배드민턴 운동
  • 23:30 잠자기

이렇게 시간대별로 나눠보면 단순한 하루처럼 보이지만, 이 루틴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했던 이유는 자기개발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너무 놀기만 하면 서울 돌아가서 후유증이 클 것 같아서ㅋㅋ 적당한 자기개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자기개발은 코딩보다는 책을 많이 읽는 쪽으로 가져갔다. 읽고 싶었던 책도 많았고, 재미있는 책들도 많아서 자연스럽게 독서량이 늘었다. 게다가 바다가 바로 보이는 뷰라 그런지 집중도 잘 되고, 책도 더 잘 읽혔다.

 

 

 

 

 

4. 비용 정리 📚


한 달 동안 사용한 비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숙소

  • 숙소비: 150만원
  • 공과금(가스 + 전기): 6만원
  • 총 : 156만원

 

교통 (렌트)

  • 렌트비: 110만원
  • 기름값: 약 30만원
  • 기타 비용: 4만원 (배터리 방전 😅)
  • 총 : 144만원

 

운동

  • 배드민턴 클럽 가입비: 10만원
  • 셔틀콕: 8만원
  • 라켓 거트비: 1만5천원
  • 체육관 이용: 3만원
  • 총 : 22만원

 

항공

  • 서울 ↔ 제주 왕복: 22만원 + 10만원
  • 추가 왕복 (결혼식): 20만원 + 10만원
  • 총 : 62만원

 

생활비

  • 식비: 50만원
  • 기타 생활비 (데이트, 손님 초대 등): 50만원
  • 총 : 100만원

 

총 비용

👉 총합: 약 484만원

 

지출할 때는 크게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정리해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특히 숙소와 렌트 비용이 가장 크게 느껴졌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렌트는 당근이나 네이버 같은 곳에서 개인 간 거래로 알아봤다면 조금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5. 행복했던 순간 😊


[ 바다 ]

제주도에서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건 어디를 가도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점이었다. 해변이 많다 보니 다양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에메랄드빛이 인상적이었던 세기알 해변금능해수욕장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바다에 들어가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나와서, 바다를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사우나에서 씻고 나오면 자연스럽게 배가 고파진다. 그 상태에서 먹는 한 끼는 유독 더 맛있게 느껴졌고, 그런 순간들이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서울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라서, 더 행복하게 느껴졌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배드민턴 ]

운동을 좋아해서 제주에서도 자연스럽게 체육관을 찾게 됐고, 근처에 있는 곳들을 하나씩 다녀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게임도 치고, 가볍게 얘기 나누며 농담을 주고받는 시간들이 꽤 즐거웠다.


제주에서의 배드민턴 문화가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일화로, 제주에서는 화이팅할 때 라켓을 부딪히기보다는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더 많이 하고, 13점 코드 체인지하고 나면 꼭 “고생하쇼~” 한마디를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하이파이브보다는 라켓 부딪히기를 많이 해서, 제주에서도 무심코 라켓을 부딪혔더니 “육지에서 오셨어요?”라고 몇 번 물어보셨다ㅋㅋㅋㅋ 그 이후로는 하이파이브로 바꿨다ㅎㅎ


체육관은 외도 배드민턴장, 제이콕 배드민턴 1호점, 제이콕 배드민턴 2호점, 구구배드민턴장, 한림체육관 등을 다녔다. 운동을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카페라떼를 하나 사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뻥 뚫린 도로와 바다 냄새를 맡고 있으면 그 순간이 참 행복했다. 행복별 거 있나? 이런 게 행복이지~

 

 

 

 

[ 뚱띠와 함께 ]

여기서 말하는 뚱띠는 여자친구의 별명이다. 우리는 서로를 뚱띠, 뚱때라고 부르는데 그렇다고 뚱뚱한 건 아니다ㅋㅋㅋ(통통이라고 치자.) 그냥 둘 다 잘 먹어서 붙여진 귀여운 별명이다.


한 달 동안 낯선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가끔은 다투기도 하고, 서로 서운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같이여서 더 행복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제주당 같은 카페에 가서 커피랑 빵 먹으면서 예쁜 자연 뷰를 보고, 사진도 찍고… 또 외식비를 아끼려고 이마트나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서 같이 요리해 먹었던 시간들. 서울에서 친구를 초대해서 주말에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웃던 순간들까지,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는다.


산방사에 가서 용머리해안도 보고, 바이킹도 같이 타고, 한림해안로랑 해맞이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도 했다. 나중에 제주에 살게 된다면 어디가 좋을지 이야기하면서 동네를 구경하던 시간들도 참 행복했다.
혼자였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행복들이었고, 그런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선생님들 사이에서, 말 안 듣는 중2병 학생들까지 상대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매일 밤 수업 준비하느라 애썼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진짜 고생 많았고, 잘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교생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는 중간중간 괜히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다. 내 감정을 좀 더 잘 신경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6. 좋았던 점 & 아쉬웠던 점 🚨


[ 좋았던 점 ]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하면서 서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과 추억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와닿았던 건 “살기 좋은 곳이다”라는 느낌이었다.


집값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동네 분위기도 정겹고, 사람들도 여유로웠다. 북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인파가 있는 점도 좋았고, 어디든 차만 타면 드라이브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정말 이게 중요하다는 것을 크게 느낀다.)


전체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알콩달콩 살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아쉬운 점 ]

주말에 병원을 가려고 하면 제주시까지 나가야 했고, 한림·애월·대정 쪽은 주말에 여는 병원이 거의 없었다.


또 하나는 물가였다. 제주도는 당연히 서울보다 저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부분도 있어서 조금 놀랐다.


분리수거 방식도 꽤 불편했다. 서울에서는 원할 때 분리수거를 할 수 있었는데, 제주에서는 요일별로 배출 가능한 품목이 나뉘어 있고 시간도 정해져 있었다. 특히 오후부터만 가능해서, 아침에 버리고 싶어도 기다려야 하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분위기 차이도 있었다. 제주시 근처는 젊은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젊은 층이 적었고 특히 20대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

 

 

 

 

 

 

 

7. 결론‼️


여자친구한테 “제주도 한 달 살이 어땠어?”라고 물어보니, 여건만 된다면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 특성상 어디서든 근무가 가능하니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나였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결국 IT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회사가 서울에 몰려 있고 제주에는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찾아보니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내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포함해도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잠깐 찾아본 것만으로도 3군데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자연스럽게 고민이 생겼다. 개발자로서 제주에서 돈을 벌며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회사에 속하지 않고, 스스로 수익 구조를 만들어 살아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한 달 살이를 하고 나서 제주도에 대한 생각이 꽤 많이 바뀌었다.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살 수 있는 곳’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남은 고민은 서울에 돌아가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